봄의 신호탄! 북미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우리나라의 경칩과 같은 그라운드호그 데이

요즘은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오래전에는 24절기로 계절의 변화를 인지했었다고 하지요.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그중에 경칩이 있습니다.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있으며, 양력으로는 3월 5일경인데요.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나 곤충들이 잠에서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북미에서도 24절기의 경칩과 유사한 날이 있는데요. 바로,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로 북미의 경칩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날짜는 3월 초순에 있는 경칩과 2월 14일에 있는 밸런타인데이보다 더 앞선 2월 2일입니다.

매년 2월 2일은 그라운드호그 데이입니다

그라운드호그(Groundhog)

그라운드호그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동물인데요. 영어로는 Groundhog, 또는 Woodchuck이라고도 합니다. 다람쥐과 포유동물 마멋(marmot) 이라는 동물로, 얼굴은 다람쥐같이 생겼지만 몸집이 개나 고양이만큼 큽니다. 보통 굴을 파거나 바위 틈에서 살고,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5월 초순에 오타와 Petrie Island의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발견했는데, 두더지와 비슷하게 생겨서 처음에는 무슨 동물인가 싶었네요. 그라운드호그는 특히 초봄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종종 볼 수 있어요.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앞서 말했듯이, 북미의 경칩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의 펑추니아(Punxsutawney) 마을에서 전래한 봄맞이 연례 행사로, 매해 2월 2일이 되면 마멋을 보고 봄이 되었는지 아닌지 알아봤다고 합니다. 이 날 겨울잠에서 깬 마멋이 밖으로 나왔다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서 다시 굴로 들어가면 겨울 날씨가 앞으로 6주 동안 더 계속될 것이고,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면 날씨가 서서히 풀리면서 본격적인 봄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약간은 미신 같기도 하지만 자연변화에 대한 동물의 예지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도 훨씬 민감하고 빠르게 자연의 변화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영화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3년 개봉됐던 로맨스 코미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의 원제가 Groundhog Day입니다. 이 영화에서 영화배우 빌 머레이(Bill Murray)는 피츠버그 텔레지번의 기상 캐스터 필(Phil)를 맡았는데요. Phil이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주의 펑추니아(Punxsutawney) 마을로 그라운드호그 데이 연례 행사 취재차 나갔다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만 시간이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 필은 악동 기질을 발휘해 행사를 망칩니다. 이 일에도 싫증을 느낄 무렵 극중 리타(Rita)에게 사랑에 빠져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점점 선량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Phil은 이기심과 자만의 긴 겨울잠에서 인간애와 참 사랑이 가득한 봄으로 새롭게 깨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침내 Rita의 사랑을 얻던 다음날,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 눈앞에 펼쳐졌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2월 2일은 미국 남부라면 모를까 캐나다에서는 겨울 축제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겨울 중의 겨울이어서 마멋이 나왔다가도 당연히 들어갈 것 같아요. 그로부터 6주 되는 3월 중순이라면, 날씨가 서서히 풀릴 예정이라는 말이 좀 맞을 것 같네요. 올겨울 유난히도 강추위와 폭설이 잦아 다른 해보다도 유난히 봄이 기다려집니다. 지금쯤 겨울잠을 자고 있을 마멋은 봄이 언제일지 알고 있는지, 또 우리에게 어떻게 알려줄지 궁금해지네요. 북미의 그라운드호그 데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4 Responses to “봄의 신호탄! 북미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
  1. 포토구라퍼 says:
    • bliss says:
  2. 소피스트 says:
    • bliss s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