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까마귀가 길조 까치가 흉조?

같은 새, 다른 의미

우리 나라에서 대표적인 길조는 까치, 흉조는 까마귀라고 알고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서양에서 까마귀와 까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와 사뭇 다릅니다. 까마귀와 까치, 같은 새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볼까요?

우리와 다른 서양에서의 까마귀의 의미

공포 영화를 보면 공포심을 나타내기 위해 어김없이 등장하는 새가 있는데요. 바로 까마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까마귀가 동네 입구에 앉아 있는 날이면 사람이 죽는 등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고 여겼을 정도로 흉조로 통하는 새였습니다. 옛날에 죽을 정도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음식을 차리고 굿을 했는데, 새 중에서 후각이 특히 발달한 까마귀가 멀리서 음식 냄새를 맡고 모여들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사람이 병들거나 죽은 것을 까마귀 탓으로 돌렸어요.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를 흉조로 여깁니다.

서양에서 까마귀는 길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까마귀(Crow)가 길조인데요. 옛날 뱃사람들은 항해를 나갈 때마다 까마귀를 새장에 넣어 데리고 다녔습니다. 배가 방향을 잃었을 때 까마귀를 날려 보내면 가장 가까운 육지 쪽으로 곧장 날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 숙어로 as the crow flies가 ‘일직선으로’라는 뜻이에요. 또한, 배의 정찰용 망루를 the crow’s nest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까마귀가 뱃사람에게 매우 친숙하고 유용한 새임에 틀림없습니다. 참고로, 망루는 적군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으로 전망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식당 중에서 Crow’s Nest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은 주로 해안가 전망 좋은 식당이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까마귀가 런던탑을 떠나면 안 된다고 하여 날개를 자른 까마귀를 정성스럽게 키우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맥길대학(McGill University)의 루이 르페브르(Louis Lefebvre) 박사는 지난 75년간 발표된 조류학 관련 보고서 2,000여 편을 참고하여 야생 조류가 먹이 구하는 방법 중 독창적인 방법을 몇 가지나 구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조류 IQ 랭킹을 발표했는데요. 이 연구에서 영예의 IQ 왕으로 등극한 새가 바로 까마귀였습니다. 머리가 좋아 호두를 까먹을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요. 따라서 우리가 흉조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서양에서는 전반적으로 까마귀는 똑똑하고 유용한 길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서양에서 까치는 길조가 아닙니다

우리와 다른 까치의 의미

까치(Magpie)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설날 노래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새인데요. 까치를 반가운 소식 또는 손님을 전하는 길조로 통하는 우리 나라와 달리 서양에서 수다쟁이(a person who chatters idly)와 강박적으로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사람(a person who collects things, especially things of little use or value)를 가리킬 때 사용합니다. 흉조까지는 아니지만, 그리 좋은 어감을 가지고 있는 새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네요. 한때 국민은행도 회사 로고로 까치를 사용했다가 서양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새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와 서양이 서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우리에게 좋은 뜻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뜻으로도 비칠 수 있으니 무언가 비유를 들 때는 유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새해에 기분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2 Responses to “서양에서는 까마귀가 길조 까치가 흉조?”
  1. 포토구라퍼 says:
    • bliss says: